영화 ‘흥부’는 고전소설 ‘흥부전’을 모티브로 하여 조선 후기의 정치적 혼란과 민중의 고통을 그려낸 시대극 영화입니다. 단순한 재해석을 넘어, 새로운 인물과 서사를 통해 당시 조선 사회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글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지식인의 역할을 담아냅니다. 본 글에서는 영화 ‘흥부’의 핵심 줄거리와 함께, 그 안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상징을 해석해 봅니다.
1. 고전을 바탕으로 새롭게 구성된 줄거리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2018)는 우리가 아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의 직설적 패러디가 아닌, 이를 쓴 작가 ‘흥부’라는 인물을 새롭게 창조하여 서사를 전개합니다. 정우가 연기한 ‘김흥부’는 조선 후기의 몰락한 양반가 출신으로, 글재주가 뛰어난 천재 작가입니다. 그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이야기를 쓰며, 백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습니다.
작품은 흥부가 자신의 잃어버린 형을 찾는 여정을 중심으로, 정치적 음모와 권력 다툼 속에서 ‘흥부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 여정에서 그는 양심적이고 민중을 생각하는 조혁(김주혁 분)과 탐욕스러운 조항리(정진영 분)라는 두 형제를 만나게 되고, 이들이 흥부전 속 ‘흥부와 놀부’의 원형이 됩니다.
흥부는 조혁의 의로움에 감동받아, 민중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풍자소설 ‘흥부전’을 씁니다. 하지만 조선 사회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그의 글은 민중에게 희망을 주지만, 동시에 권력층에게는 위협으로 인식됩니다. 줄거리의 핵심은 단순한 인물의 서사라기보다는,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변화와 각성을 시도하는 지식인의 고민과 선택을 그리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2. 조선 후기 시대 배경과 권력 구조 해석
영화 ‘흥부’의 시대적 배경은 조선 후기, 특히 세도 정치와 민란이 반복되던 불안정한 시기입니다. 왕권은 약해졌고, 몇몇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여 정국을 흔들던 때였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은 백성들의 삶을 극도로 피폐하게 만들었고, 영화 속에서도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조혁과 조항리 형제는 단순한 인물 구도를 넘어서, 그 시대 정치 세력의 이중성을 상징합니다. 조혁은 이상적 유학자의 모델로, 민생을 먼저 생각하며 실제로 백성들과 함께 호흡하는 인물입니다. 반면 조항리는 사리사욕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며,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탐관오리입니다. 흥부는 이 둘을 관찰하며 현실의 부조리를 문학으로 형상화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문자 보급’과 ‘출판문화’라는 조선 후기 실학적 흐름도 반영합니다. 흥부가 쓰는 이야기책은 목판본으로 인쇄되어 전국으로 퍼지며, 민중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는 실학자들이 강조했던 ‘실용적 지식’과 ‘백성을 위한 교육’이라는 시대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결국 영화는 조선 후기의 권력 구조와 민중의 움직임, 지식인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단순한 고전소설 각색을 넘어서는 풍부한 역사 해석을 제시합니다.
3. 흥부가 전하는 메시지: 글의 힘과 민중의 변화
영화 ‘흥부’의 가장 큰 메시지는 ‘글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성찰입니다. 주인공 김흥 부는 처음엔 형을 찾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하지만, 점점 자신의 재능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글이 단지 재미나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고, 사회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하게 됩니다.
흥부가 쓴 소설이 백성들 사이에 퍼지고, 그 글을 읽은 이들이 조혁을 지지하게 되면서 민심이 이동합니다. 여기서 영화는 문학의 역할, 나아가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고찰을 던집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입니다. 글은 단순한 정보의 전달이 아니라, 방향과 의식을 변화시키는 힘이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는 단순히 글의 힘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글을 읽는 ‘민중’의 중요성도 함께 조명합니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그것을 읽고 공감하고, 움직이는 이들이 없다면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흥부가 전달한 메시지가 실제로 힘을 가지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민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흥부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는 절망 속에서도, 혼란 속에서도 펜을 놓지 않습니다. 이는 곧, 작가로서의 신념이자 사명이며, 그가 선택한 방식의 저항입니다.
결론
영화 ‘흥부’는 단순한 고전 재해석이 아닌, 조선 후기의 사회 구조와 문학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 작품입니다. 줄거리는 인간적인 서사와 시대적 고민이 조화롭게 녹아 있으며, 인물들의 상징성과 역사적 배경 또한 풍부하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글의 힘과 민중의 변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지금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